저도 연애 초기에 저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콘돔을 살 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한다는데
콘돔을 구매하는 것이 눈치 보이는 사회.
그러다 보니 OECD 국가 중 콘돔 사용률이 최하위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눈치를 봤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꼭 콘돔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임신은 여성의 몫이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두려움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
그래서 더 피임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고 신경 쓰게 된답니다.
(남성도 여성만큼 똑같이 신경 쓰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네요.
임신이란 게 성별 구별 없이 랜덤 임신이 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
그래서 콘돔을 사러 편의점이나 마트를 가면
달랑 콘돔만 살 수 없어서 괜히 쓸 데 없이
과자도 사고 음료수도 사고...
뭐... 같이 산 과자나 음료수는 맛있게 먹었지만.....
콘돔을 계산할 때 카운터에서 마트 캐셔와 마주하는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이 사람은 콘돔을 사고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수치스러워!!!!!!!!!!!'
그러나 나중에 깨달은 것.
그 들은 내 성생활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만약 이상한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이 음란마귀에 잔뜩 씌인 사람이겠지요.
오프라인에서 콘돔을 살 때 그러한 기분이 너무 싫어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서 콘돔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분도 좀 별로더라구요.
'남자친구가 먼저 좀 신경 써서 구비해두면 좋으련만
왜 이걸 내가 주문하고 있는 거지?
초박형... 윤활... 어쩌고저쩌고 이런 선정적인 단어들을 맞닥뜨리면서 이걸 주문하고 있어야 해??
(전혀 선정적인 단어들이 아닌데 그땐 저런 단어들이 괜히 야하게 느껴짐)
그리고 여자인 내가 콘돔을 주문하고 있다니 자존심 상해!!!'
또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자존심 상했던 건지 싶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학습하며 살아왔어요.
여자가 먼저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조신하지 못한 '밝히는 여자'로 취급되는 사회였거든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마 지금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할걸요?
그러다 보니 여성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내가 먼저 하고 싶다는 것을 표현하면 남자친구가 실망할 거야,
남자친구한테 콘돔 사용하자고 하면 남자친구가 실망할 거야,
남자친구가 콘돔 끼면 싫어하는데...
내가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 대로 나 자신을 자책합니다.
난 조신하지 못한 여자일까?
잘못된 학습을 통해 여자인 우리들은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속박하고 살아왔네요.
여자도 당연히 성욕을 느낄 수 있고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고,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자가 콘돔을 사고, 콘돔을 준비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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